2007년 05월 08일
문학의 패러디

이오공감 한개 - '이등'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합니다 :D

한국인은 모두 문학적 기질이 다분합니다. 특히나 네티즌들!
악성덧글 때문에 사람을 자살까지 몰아갈 때도 있지만, 귀여니가 시집을 냈을 때 모든 네티즌들이 문학적 기질을 발동시켜 운율이 살아있고 감정이입까지 완벽한 덧글들이 무수했던 일을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 상상더하기(...)같은 곳을 보면 글쓴이 닉네임이 우리가 다 알고있는 작품을 패러디한 것까지 정말 다양하죠.
(ex. 루돌프 가슴커, 피부암 통키, 카드값줘 사쿠라, 하마삼킨 아유미, 명란젓 코난, 체험살해현장[...] 등등)

게다가 예전에 야동계의 지존이라 불리는 김본좌씨가 구속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추모의 소설과 시를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 또한 패러디가 기가막혔다는 겁니다.
덕분에 저는 김본좌가 누군지도 모르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김본좌 추모글을 보고나서야 어떤 사건인지까지 알 수 있었죠. (...)

이번에 '이등'님이 쓰신 글도 그렇습니다. 문학작품 패러디.
이런 문학작품 패러디도 사실 어느정도 가닥이 없으면 패러디 하기조차 힘듭니다.
원작의 느낌은 살리되, 적절히 현재 있는 상황을 일관성있게 조합해서 집어넣어야 하며 많은 이들을 공감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야 패러디의 궁극에 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등님은 센스쟁이 이십니다(...)

- 내용보기(클릭) -

이오공감 한개

내가 이글루에서 본 일이다.
마이너블로거 하나가 SK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이오공감 포스팅 한 개를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포스팅이 이오공감이 아닌건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이글루 직원의 입을 쳐다본다. 이글루 주인은 마이너블로거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포스팅을 훑어보고 '좋소'하고 내어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포스팅을 받아서 스샷을 찍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 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이글루 직원을 찾아 들어갔다. 키보드에 손을 대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포스팅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이오공감에 오른 포스팅이오이까?"

하고 묻는다. 이글루 직원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

"이글루 어떻게 해킹했어?"

마이너블로거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직원을 매수했다는 말이냐?"

"누가 그런 큰 일을 냅니까? 매수하면 기록은 안 남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마이너블로거는 손을 내밀었다. 이글루 직원은 웃으면서 '좋소'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포스팅이 사라지지나 않았나 캡쳐하는 것이다. 황량한 덧글란에 '이오공감타고 왔어요'가 달릴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밸리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마이너포스팅카테고리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포스팅을 모니터에 띄우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방문해줍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윈도우창을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가락을 두들겨서 시스템종료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삭제하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해킹한 것이 아닙니다. 직원을 매수한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매일 방문을 합니까? 트랙백 한 번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덧글 한 번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하나 얻은 덧글로 선링크를 했습니다. 이렇게 모은 링크이웃들을 메이져까지 확대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달를 하여 겨우 이 귀한 이오공감 한 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이오공감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이오공감포스팅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포스팅으로 무엇을 하려오? 그 포스팅으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이오공감,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 원작은 피천득님의 '은전 한 닢' 입니다.



by cisplatin | 2007/05/08 19:40 | 일상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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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등 at 2007/05/08 19:45
이런 극찬을 해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 원작 자체가 없는 사람들의 (저같은...) 애환을 잘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에 저같은 허접도 저런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피천득님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Commented by 다은 at 2007/05/08 23:46


예전에 내가 중학교 땐가 문학동호회 활동 같은것도 하고 할때
친구가 은전 한 닢을 패러디해서 '아덴 한닢'(한 닢인지 뭔지는 기억 안남) 인가 하는 패러디를 썼었는데-_-
그게 기억 나네
Commented by 다은 at 2007/05/08 23:49

참고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난 피천득님의 '인연'이 너무 좋아

특히 그 마지막 부분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꼬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Commented by cisplatin at 2007/05/09 16:35
이등님 - 하하, 시공을 초월한 피천득님 멋쟁이~! 이등님의 글도 매우 재밌었어요. 유쾌한 웃음이 절로~ :D
일일히 답글까지 해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요다 - 아덴 한닢; 아덴이 뭘까; (머엉) 뭐랄까 마음이 아련해지는 느낌이라 아직까지도 피천득님의 작품이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거 아닐까.
Commented by 다은 at 2007/05/09 22:56

리니지에 나오는 그 동전인지 뭔지
Commented by 주란 at 2007/05/10 02:38
오오오오오오.
Commented by cisplatin at 2007/05/10 17:36
요다 - =ㅂ=리니지...동전; 꽤나 폐인이셨구나(...)

M란 - ....우리도 '시드 한냥' 으로 한번 해볼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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