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29일
중국 호텔 한복판에서 영어를 외치다!

중국에 다녀온건 벌써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어요.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 이걸 쓰고 있냐면 쓸게 없어서(...)
사실 요새 쓸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뭘 써야할지 답답한데 왠지 써야할것만 같은 압박감에 머릿속을 뒤적이다

3박 4일. 그러니까 3군데 호텔중 2일은 동일한 호텔을 썼고, 1일은 도시를 옮겨가서 다른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다녀온 곳은 상해, 항주, 소주 전형적인 패키지 여행. 그리고 2월말 출발~3월초 도착. 방학 끝물의 아슬아슬한
일정이라 가격도 아주아주 싸게 나와서 잘 다녀왔더랬지요. 근데 왜 여행기가 아니라 싸움기냐 하신다면...
여행기를 쓰기엔 시간이 너무 흐르고 흐른데다 기억도 잘 안나려하고(...) 아주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싸움담을
조금 풀어놓고자 이렇게...........아, 잡설이 너무 기네요. 그럼 이만 줄이고 들어갑니다. (이하 평어체)


#. 1일차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

호텔 도착 후 짐을 좀 풀고 생각보다 일찍 들어온 탓에 방 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탐색했다. 여행비용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호텔과 음식의 퀄리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인데, 혹시 바퀴벌레라도 튀어나오는거 아닐까
..싶어 무서운 마음에 열심히 호텔 내부를 탐색해봤다. 그 결과 나름 4성급인지라 청결면에서는 그닥 걱정하지
않아도 될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침대도 은근 푹신하고...단지 히터기구멍이 천장에 가까운 벽에 달려있어
시꺼멓게 뚫려있는데..토시오가 빼꼼히 쳐다보고있을거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피곤할 땐 머리만 대도 자는지라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허름한 TV를 틀었다. 나 초등학교 이전 때나 썼을 법한 디자인과 성능이었지만 이것도 패스. 틀자마자 요란하게
중국어가 시끌벅적하게 쏟아져나왔다. 어찌나 시끄럽던지 차라리 외계어라 생각하는 영어채널을 틀어놓는게
더 맘편할 정도로 시끄러워서 채널을 돌리려 리모컨을 열심히 눌렀으나 채널이 바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프론트에 전화를 걸었다.

나 : (영어로) 너 일본어 할 줄 알아?
직원 : 몰라.
나 : 그럼 영어는 할 수 있어?
직원 : 응, 할 수 있어.
나 : 잠깐 기다려! (..친구에게 수화기를 넘겨줬다. 일어 실력도 거지지만 영어는 더 거지니까..;)
친구 : TV채널 바꾸고 싶은데 안바껴. 이거 좀 어떻게 해 봐.
직원 : 어.....그게 뭐라고?
친구 : TV채널이 안바뀐다고.
직원 : 그러니까......

...그 뒤로 몇 마디 더 했지만 대화가 불가능 했었기 때문에 친구는 그냥 ok, thank you로 마무리 짓고 통화를
끝냈다. 도대체 어떻게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이 영어를 못할 수 있는거지?!!!! ..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바뀌는건
없었기에 애꿎은 리모컨만 침대에 퍽퍽 내리쳤다. 그랬더니 채널이 바꼈다. ....어?............이게뭐야ㅋㅋㅋㅋ
오오, 역시 말 안듣는 전자기기는 때려야 제맛★ 이로세(...) 어찌됐든 바뀌었으니 이걸로 땡ㅋㅋㅋㅋㅋㅋㅋㅋ


#. 2일차

둘째 날은 다른 도시로 이동했기 때문에 호텔도 다른 곳을 이용했는데 왠지 여기는 영어가 통할거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같이 있던 한국인 인솔자 언니 왈. 대륙은 그런거 없음'ㅅ'-3
대륙근성이라고 해야하나..중국최고! 라는 사상이 전반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어지간한 외래어도
전부 중국어로 표기한다고 했다.

욕실에 갔다. 첫날의 호텔은 바디클렌저와 샴푸가 따로 있었는데 여기는 아무것도 써있지 않은 통이 하나 덜렁
있었다. 통이라기보단 보통 한국에서 공공화장실에서 손씻을 때 물비누 짜는 것처럼 벽에 붙어있는건데 뭔지
써있지 않으니 엄청나게 불안했다. 슬쩍 짜서 냄새를 맡아보고 손에 비벼 물로 씻어보았다. 은은한 향이 나면서
거품도 그럭저럭 났다. 왠지모르게 샴푸보다는 바디클렌저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단 그걸로 몸을 씻었다.
그리고 매점에 가서 샴푸를 사기로 했다.........그런데 매점이 어디야? 헐? 1층에 내려가 직원과 이야기를 했다.
첫째 날 영어대화 단절의 기억 때문에 여행 일정표 뒷면에 나와있는 간단한 중국어 회화를 찾아 나름의 대화를
하기위해 들고 갔다. '물 주세요' 라는 문장에서 물 수(水)를 빼고 SHAMPOO라고 적어간 것!! 그걸 내밀며
대화시도!!!

나&친구: 나 샴푸 사고싶어.
직원 : (문장을 보며)샴푸?
나&친구 :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샴푸샴푸!
직원 : 샴푸ㅇ_ㅇ?
나&친구 : 나 머리 씻고 싶다고! (나름 영어로 말했지만 연신 샴푸? 를 외쳐대는 아가씨 덕에 GG)

마구 머리를 벅벅 긁어댔더니 어떻게 대화가 성립됐는지 옆에서 쳐다보고 있던 직원이 어딘가 쪼르르 갔다가
다시 돌아오더니 이거? 하면서 내밀던 물체. 샴푸였다!!!!!!!! 오오!!!! 드디어 통했어 ㅠㅠ어허어허어엉...
감격의 기쁨을 표현할 새도 없이......너무 큰 샴푸통을 보니 정신이 아득해지는게..; 결국 그거 아니라고..;
그거보다 작은거 작은거!! 를 손으로 작은 네모를 만들어 열심히 외쳤더니 2층으로 가라고 해주더라.
그렇게 2층으로 올라갔더니 작은 매점이 있었고, 그곳에서 헤드&숄더 샴푸 1회용을 살 수 있었다.
한국에서 보던 제품을 중국에서 보니 얼마나 기쁘던지 ㅠㅠ어허어허어엉 어쨌거나 그렇게 2일차를 마감했다.


#. 3일차

열심히 관광을 끝낸 저녁 무렵, 호텔에 들어갔다. 이젠 3일 정도 되니 호텔 직원의 영어실력에 짜증난다기
보다 내가 지금 외쿡에 와 있구나!!!!!!!! 싶은 체험을 하기 위해 말을 거는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갔고 이 닦으려 칫솔 포장을 뜯었는데 이상하게 칫솔모가 누가 쓴거마냥 벌어져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불쾌하지만 어차피 마지막 날이고 기분좋게 여행을 마무리 하고싶어서 치약을
뜯었는데 새 치약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명백히 누군가 뜯어 쓴 흔적이....ㅠㅠ 이건 아니잖아. 이건!!!!!!!
친구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도저히 이 못닦겠다면서 당장 프론트에 전화 걸었다.

친구 : 칫솔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 바꿔줬으면 해.
직원 : ....어?
친구 : 칫솔에서 이상한 냄새 난다고! 칫솔!!
직원 : 어..그러니까 네가 원하는게...
친구 : teeth brush!!! tooth brush!! 齒牙(치아)!! 이!! 이빨!!!!!!!!!!!!!!
직원 : okok!!!!

.....전화를 끊고 흥분한 친구가 하는 말이. 한자권이라서 그런지 치아라고 하니까 대충 알아듣더라고(...)
실제로는 牙 [yá] 라는 발음으로 전혀 상관없었지만 어쨌든 영어와 조합해서 알아듣고 새칫솔 들고
우리방을 찾아왔다. 친구는 만족해하며 포장을 뜯었는데 역시나 마찬가지였었다는 슬픈 소식.

그 날 우리는 오지체험을 하는 자세로 손가락에 치약을 묻혀 이닦았다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훈훈한 호텔 체험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친구는 전화기 옆에 있는 메모장에 칫솔에 대한
격분을 한껏 써놓고 왔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

중국 정말 재밌었어요. 다시 가보고 싶어요. 호텔에서 뽜이트 뜬것조차 재밌는 기억으로 남을 정도인걸요.
다음에 간다면 북경으로 가고 싶네요.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서 여러군데 구경하려면 날을 넉넉하게 잡던가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게 좋은데 상해갔을 때 너무 차에 처박혀있었더니 좀 걸어다니고 발품팔고 하면서
여행하고 싶어요. 상해가서 너무 고생안했던지라 차에서 내리면 별 미친짓을 다 하고 다녔는데ㅋㅋㅋㅋㅋ
그것도 나중에 생각나면 올릴게요ㅠㅠ 저번과 마찬가지고 일본 여행기, 중국 여행기 전부 사진이 없네요;
올리기 귀찮아요ㅋㅋㅋㅋㅋ 일본 여행기는 이걸 누르세요! ->도쿄타워의 중심에서 돈을 외치다(클릭!)


by cisplatin | 2009/09/29 15:26 | 일상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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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9/09/29 16:04
근데 의외로 다들 영어는 잘 알아듣더군요 'ㅅ') 경험자라능...
Commented by cisplatin at 2009/09/30 17:31
알밭 님 - 북경은 잘 알아듣는다고 하던데ㅠㅠ 저 호텔은 싼호텔이라 그런지 잘 못알아 듣더라구요.
그래도 아가씨들은 정말 착했어요ㅠㅠ오오 정겨운 아가씨들이여!
Commented by 멜키아 at 2009/09/29 17:39
전 병마총 내 박물관 직원이 영어를 못 알아듣는 걸 알고 벙쪘었죠. 아니 그래도 외국인들 많이 왔다갔다 하는 박물관인데...-_-;
Commented by cisplatin at 2009/09/30 17:32
멜키아 님 - 박물관 직원도 사정은 별반 다를게 없었군요ㅠㅠ 길 잃어버리면 한국으로
못 돌아올까봐 중국어로 '한국대사관' 써서 들고다녔어요 ㅋㅋㅋㅋ
Commented by 보리차 at 2009/09/29 17:43
재미있어요.ㅋㅋ 너무 큰 샴푸통에 정신이 아득해졌다고 하셔서 웃었습니다. 대륙의 샴푸통이라... 등유통에다 샴푸를 가득 담아와 가지고는 "우리나라에선 이게 기본 단위다"라고 하는 시추에이션이 떠올라요.
Commented by cisplatin at 2009/09/30 17:34
보리차 님 - 등유통이라니!!!!!!! 너무 격한 상상을 하셨네요 ㅋㅋㅋㅋ 그냥 보통의 샴푸통이었는데
여행중에 그 사이즈를 쓸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작은걸 계속 외쳐댔었죠 ㅋㅋㅋㅋ
그 날 저녁에 같이 여행다니는 일행중 아주머니가 댕기머리 샴푸 샘플을 주셔서 어찌나 감사하던지.
어후우후ㅠㅠ
Commented by 늄늄시아 at 2009/09/29 19:07
1번에서 경악했어요.. OTL 호텔직원이 영어를 못... 쿨럭쿨럭!!
Commented by cisplatin at 2009/09/30 17:34
늄 님 - ㅋㅋㅋㅋㅋ 계속 거기 있었더니 영어 하는 호텔직원이 신기해보일 정도였어요 ㅋㅋㅋㅋ
Commented by 샤오사랑 at 2009/10/01 14:31
1년반만에 후기가 올라오다니.... 대단한 근성이야 -ㅁ-
아 중국 가고 싶다 ㅜㅜ
얼마전에 중국 구채구 사진 봤는데 완전 필 꽂혔어 ㅋㅋ
짱이야 ㅠㅠ
짬나면 꼭 가보고 싶은 1순위가 되어버렸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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